경제동향

ASML “2027~2028년 주문 수요 충족 어려워”

2026-10-14 19:56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세계 최대 반도체 노광장비 업체인 네덜란드 ASML이 생산능력을 확대하더라도 2027년과 2028년 고객들의 주문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가 늘어나면서 장비 확보 경쟁이 심화하고 있으며, 일부 고객은 2030년에 필요한 장비까지 미리 주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ASML은 AI 반도체 제조장비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향후 2년간 고객들의 주문을 모두 소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회사는 기존 생산 확대 계획에 더해 추가적인 생산능력 확충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을 통해 고객들과의 논의가 이미 2027년 이후를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28년 장비 주문이 상당한 규모로 접수되고 있으며, 2029년뿐 아니라 일부 고객은 2030년 장비 주문까지 미리 진행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체들이 중장기 생산계획을 앞당기면서 장비 수요 역시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ASML은 앞서 생산능력 확대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7월 회사는 2027년 생산능력을 올해보다 30% 늘리고, 2028년에도 추가로 30%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AI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설비투자 수요가 기존 증설 계획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추가적인 생산 확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생산능력을 늘리더라도 급증하는 주문을 모두 소화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다.

 

ASML은 반도체 회로를 웨이퍼에 정밀하게 새기는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특히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공급하고 있어 첨단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AI 연산에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와 첨단 메모리 생산을 확대하려는 기업들에는 관련 장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노광장비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설비인 만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생산시설 확장 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AI 인프라 투자의 확대는 ASML의 실적 전망에도 반영됐다. 회사는 올해 4분기 매출이 142억~152억유로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원화로는 약 21조3000억~22조8000억원 규모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141억9000만유로, 약 21조28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장비 수요 증가가 실제 매출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4분기 매출총이익률은 약 57%로 전망됐다. 매출총이익률은 매출에서 매출원가를 제외한 매출총이익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기업의 제품 판매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ASML은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에 대한 수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높은 수익성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는 앞서 AI 기술의 발전과 관련 투자 확대에 따라 첨단 로직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생산시설 확충 계획을 앞당기면서 장비 수요에 대한 장기적인 가시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AI 데이터센터와 관련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이어질수록 첨단 반도체 생산설비를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생산능력 확대가 실제 공급 증가로 이어지기까지는 장비 생산과 공급 일정 등을 고려해야 한다. 고객들의 주문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ASML이 추가 증설을 통해 수요에 얼마나 대응할 수 있을지가 향후 실적과 반도체 장비 공급 상황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AI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ASML의 생산 확대 계획과 장기 주문 대응 전략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