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동향

28년 버틴 안경점도 폐업…자영업 ‘빚의 늪’

2026-09-30 19:09

28년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안경점이 문을 닫는다. 오는 10월 16일 영업을 끝내기로 하면서 안경테와 선글라스 등을 최대 90% 할인하는 점포 정리 세일에 들어갔다. 재고가 모두 팔리면 예정된 폐업일보다 일찍 영업을 종료할 예정이다. 

 

장기간 지역 주민의 사랑을 받아온 가게까지 폐업하는 모습은 얼어붙은 자영업 경기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고금리와 소비 부진이 이어지면서 매출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반면 대출과 임대료 등 고정비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98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조6000억원 늘었다. 1100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대출이 늘어난 데 이어 연체율도 높아졌다. 같은 기간 전체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86%에서 1.99%로 상승했다. 2012년 이후 장기 평균인 1.60%를 웃도는 수준이다.

 

장사가 어려워지면서 빈 상가도 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일반상가 공실률은 2021년 1분기 11.96%에서 올해 2분기 13.36%로 1.40%포인트 올랐다. 상가 8곳 가운데 1곳가량이 비어 있는 셈이다.

 

전국 상가 공실률은 2024년 3분기 이후 7개 분기 연속 상승했다. 올해 2분기 공실률은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다.

 

오래 영업한 가게들의 폐업도 증가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5년 이상 영업한 뒤 폐업한 사업자는 31만740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5년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자영업자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빚과 고정비 부담은 쉽게 줄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비가 살아나지 않아 매출 회복이 늦어지는 가운데 대출 원리금과 임대료 등을 계속 부담해야 한다. 부족한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시 대출을 받고, 결국 빚을 감당하지 못해 폐업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연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자영업자의 연체 지속률은 80.9%로 지난해 말 78.4%보다 2.5%포인트 높아졌다. 직전 분기에 대출을 연체한 자영업자 10명 가운데 8명가량이 다음 분기에도 연체 상태를 이어갔다는 의미다.

 

차주의 상황에 따른 차이도 나타났다. 취약 차주의 연체 지속률은 지난해 말 81.2%에서 올해 2분기 82.3%로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비취약 차주 역시 같은 기간 74.0%에서 78.0%로 높아졌다.

 


자영업 경기의 어려움이 특정 업종이나 영세 사업자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장기간 영업을 이어온 가게까지 폐업하고 상가 공실률과 대출 연체율이 함께 상승하면서 자영업자들의 버티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결국 소비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대출과 고정비 부담이 이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의 경영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 28년 동안 영업해온 안경점의 폐업 소식은 이 같은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