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집 담보대출로 버틴 8년… '나혼렙 아이스' 대박 비결
2026-08-11 16:05
서울 양천구 목동 아이스링크 특설 무대가 환호와 열기로 가득 찼다. 암전이 걷히고 주인공 성진우로 분한 차준환이 은반 위에 등장하자 1,000여 명의 관객은 비명에 가까운 함성을 쏟아냈다.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아이스 뮤지컬 '나 혼자만 레벨업 온 아이스'는 글로벌 조회수 143억 회에 달하는 원작의 방대한 서사를 얼음 위에서 화려하게 부활시켰다. 국가대표 출신 피겨 선수들이 고난도 안무와 액션을 선보이며 노래와 연기를 병행하는 이 무대는 한국 공연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이번 공연의 탄생 뒤에는 라이브 아레나 송동일 대표의 눈물겨운 집념이 있었다. 2018년 창립 이후 유휴 빙상장을 활용해 스토리텔링이 있는 쇼를 제작해왔으나, 낮은 인지도 탓에 집 담보대출로 버텨야 했던 고난의 시간이 길었다. 아내의 만류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송 대표는 차준환이라는 최적의 카드를 영입하며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20명의 스태프와 함께 자신감을 얻은 그는 이제 아이돌 그룹처럼 전 세계를 도는 글로벌 투어를 1차 목표로 삼고 K-아이스 쇼의 브랜드화를 꿈꾸고 있다.

미끄러운 빙판 위에서 서사를 전달하는 작업은 기술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었다. 스케이팅과 연기를 동시에 해낼 배우를 찾기 어렵고, 무대 설비 또한 까다롭기 때문이다. 이러한 난제를 해결한 주인공이 바로 차준환이었다. 그는 최약체 헌터에서 최강의 존재로 성장하는 성진우 역을 맡아 직접 안무를 짜겠다는 열정을 보였다. 동계올림픽 이후 휴식 대신 연습실을 택한 그의 의지는 빙판 위에서 폭발적인 스피드와 섬세한 감정 연기로 승화되어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차준환은 단순히 스케이팅 동작을 보여주는 수준을 넘어 지독한 연습 끝에 라이브 독창까지 소화하며 뮤지컬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더블과 트리플 점프는 물론, 몸을 뒤로 젖혀 활주하는 '레이백 이나 바우어' 등 피겨의 정수를 무대 곳곳에 배치해 예술성을 극대화했다. 여기에 김예림 선수가 차해인 역으로 가세해 깔끔한 점프와 고공 와이어 액션을 선보이며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120분간 이어지는 공연은 스포츠와 예술의 경계를 허물며 몰입감을 선사한다.

송 대표는 한국 피겨 선수들이 가진 독보적인 장점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국내 상설 공연장 건립이라는 원대한 꿈을 가진 그는 이번 공연이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닌, 하나의 문화 브랜드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다.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춘 우리 선수들의 기량에 대중의 관심이 더해진다면, 아이스 뮤지컬은 한국을 대표하는 새로운 수출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7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공연은 올여름 가장 시원하고도 뜨거운 문화적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다.
공연의 성공은 원작 IP의 힘과 스타 플레이어의 헌신, 그리고 제작자의 끈기가 삼박자를 이룬 결과물이다. 몬스터를 물리치며 레벨업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어쩌면 척박한 국내 아이스 쇼 환경을 개척해온 제작진의 모습과 닮아 있다. 목동 아이스링크를 가득 채운 관객들의 박수는 단순히 화려한 기술에 대한 찬사를 넘어, 새로운 장르를 향한 용기 있는 도전에 보내는 응원이다. '나혼렙 온 아이스'는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 시장을 향한 본격적인 활주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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