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사회

경복궁 담장 농성단, 문화유산법 위반 입건

2026-06-19 18:29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 경복궁 담장 인근에서 장기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단체들이 문화유산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관리 당국과 농성단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국가유산청 소속 경복궁관리소는 담장 훼손 우려가 있는 철제 구조물과 현수막 등을 방치한 단체들을 경찰에 고발했으며, 최근 농성 관계자들이 잇따라 소환 조사를 받았다. 이번 사건은 물리적인 직접 파손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관 저해'와 '훼손 우려'만으로 형사 처벌이 가능한지를 두고 법적 쟁점이 형성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문화유산의 안전과 경관 보호를 위해 정당한 법 집행을 했다는 입장이다. 관리소 측은 농성단이 설치한 철제 트러스가 담장에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 강풍이나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국가지정문화유산인 경복궁 담장을 직접 타격할 위험이 크다고 판단했다. 또한 현장 순찰 대원들이 관련 법령과 처벌 규정을 담은 안내문을 배포하며 수차례 자진 철거와 위치 이동을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농성단이 이에 응하지 않아 최후의 수단으로 고발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농성단체들은 당국의 조치가 집회를 압박하기 위한 과도한 법 적용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경찰 조사를 받은 대기업갑질피해자연대 관계자는 담장에 낙서를 하거나 돌을 깨뜨리는 등의 실질적인 훼손 행위가 전혀 없었음에도 문화유산법 위반 혐의를 씌우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현장에서 관리소 직원들로부터 법 위반에 따른 고발 가능성을 충분히 고지받지 못했으며, 경찰 수사가 시작된 뒤에야 해당 법령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며 절차상의 문제도 제기했다.

 

현행 문화유산법 시행령은 국가유산의 경관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시설물을 설치할 경우 사전에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복궁관리소는 집회 목적의 시설물이라 하더라도 심의를 거쳐 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농성단이 이러한 절차를 무시한 채 무단으로 시설물을 설치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관리소는 트러스뿐만 아니라 기와에 밀착시킨 현수막이나 담장 주변에 쌓아둔 시위 물품 전체가 잠재적인 훼손 요인이며, 이는 법적 계도와 단속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세계적인 관광지이자 소중한 문화유산인 경복궁의 가치를 고려할 때 관리 당국의 엄격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눈에 보이는 피해가 없는 상태에서 고발까지 감행한 것은 농성자들의 목소리를 지우려는 의도가 섞인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사전 경고 여부와 상관없이 해당 시설물이 법령상 제한 대상에 해당하는지가 유무죄를 가를 핵심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수사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종로경찰서는 지난 4월 첫 피의자 조사를 진행한 이후 현재까지 추가 소환이나 송치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경찰은 농성단이 설치한 시설물의 종류와 위치, 그리고 관리기관의 계도 과정이 적절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최종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청와대 앞 농성장을 둘러싼 이번 법적 공방은 문화유산 보호라는 명분과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가 충돌하는 상징적인 사례로 남게 되었으며, 수사 결과에 따라 향후 도심 내 문화유산 인근 집회 양상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