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종합
78세 아드보카트의 눈물, 퀴라소가 만든 기적
2026-06-15 22:33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무대에서 역대 최고령 사령탑의 기록을 새로 쓴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역사적인 데뷔전에서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15일 미국 휴스턴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E조 1차전 독일과의 경기를 앞두고, 경기장에 퀴라소의 국가가 울려 퍼지자 아드보카트 감독은 감정이 북받친 듯 눈시울을 붉혔다. 인구 15만 5천 명에 불과한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퀴라소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에 발을 내딛는 순간, 그 기적의 중심에 서 있던 노장은 승패를 떠난 깊은 감동에 젖어 들었다.네덜란드 출신의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월드컵은 결코 낯선 무대가 아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조국 네덜란드를 8강으로 이끌었고,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아 원정 첫 승이라는 역사적 과업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20년 만에 다시 돌아온 이번 무대는 그에게 더욱 특별했다. 축구 변방 중의 변방으로 꼽히던 퀴라소를 이끌고 예선이라는 험난한 과정을 뚫어냈기 때문이다. 2010년 자치 국가가 된 이후 축구로 세계의 이목을 끈 적 없던 작은 나라가 거함 독일과 마주 선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승리였다.

이번 본선 참가는 아드보카트 감독 개인에게도 극적인 드라마였다. 그는 지난 2월 딸의 건강 문제로 인해 감독직에서 물러나며 월드컵 꿈을 접어야 할 위기에 처했었다. 그러나 다행히 딸의 상태가 호전되면서 지난 5월 극적으로 대표팀에 복귀했고, 짧은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선수단을 하나로 묶어 북중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그는 퀴라소가 비록 작은 나라지만 독일을 까다롭게 만들 것이라며, 잃을 것이 없는 팀의 무서움을 보여주겠다는 당찬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실제로 퀴라소는 경기 초반 세계 최강 독일을 상대로 만만치 않은 저력을 과시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전반 21분, 라이트백 리바노 코메넨시아가 독일의 골망을 흔들며 1-1 균형을 맞춘 순간은 퀴라소 축구 역사상 가장 찬란한 장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터진 퀴라소의 사상 첫 득점이었다. 벤치에서 이 장면을 지켜본 아드보카트 감독은 선수들의 투혼에 박수를 보내며 노장의 열정을 불태웠다. 비록 객관적인 전력 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후 독일의 파상공세에 무너졌지만, 그들이 보여준 초반 기세는 강렬했다.

독일은 카이 하베르츠의 멀티골을 앞세워 7-1이라는 압도적인 점수 차로 대승을 거두며 조별리그 첫판을 장식했다. 퀴라소의 수비진은 독일의 막강한 화력을 견디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졌으나,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린 퀴라소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격려를 보냈다. 결과는 참패였을지언정 아드보카트 감독과 선수들이 보여준 도전 정신은 독일의 다득점 승리 못지않게 이번 대회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게 되었다. 축구 변방의 기적은 점수판 너머의 가치를 증명해 보였다.
영국 매체 더 선을 비롯한 외신들은 경기 결과보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흘린 감동의 눈물에 주목했다. 78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라운드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열정이 퀴라소라는 작은 나라를 월드컵 본선까지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경기 후 참패의 아쉬움보다는 역사적인 첫발을 뗀 선수들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비록 첫 경기에서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지만, 노장 사령탑과 퀴라소의 위대한 여정은 이제 막 첫 페이지를 넘겼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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