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가자미 그룹, 10일부터 '존재의 구조' 탐구전

2026-06-02 17:16
 지역 예술계의 주목받는 창작 집단인 가자미(美) 그룹이 오는 6월 10일부터 14일까지 대구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에서 네 번째 정기 전시인 '존재, 관계 그 구조에 대하여'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유지연, 이정원, 이희령, 홍영주 등 네 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인간과 자연 그리고 사회 속에서 형성되는 '존재'의 의미를 고정된 실체가 아닌 유동적인 '관계'의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관람객들은 회화와 조각, 설치 미술을 넘나드는 풍성한 작품군을 통해 존재의 근원을 탐구하는 사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유지연 작가는 '숲'이라는 대상을 통해 자연의 내밀한 질서와 끊임없이 순환하는 생명의 원리를 시각화한다. 그녀의 작업은 단순히 숲의 풍경을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한지와 짚, 옻과 같은 한국적인 전통 재료들을 겹겹이 쌓아 올리는 독특한 방식을 취한다. 이러한 재료의 중첩이 만들어낸 깊이 있는 질감은 동양적 정서와 서양적 조형미, 그리고 전통과 현대라는 서로 다른 가치들을 하나의 화면 위에서 조화롭게 연결하며 관람객에게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이정원 작가는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솟대' 형식을 통해 존재의 확장성과 관계의 축적을 탐구한다. 원기둥 모양의 모듈을 반복적으로 결합하여 만들어낸 구조물은 개별적인 존재들이 서로 얽히며 맺어가는 사회적 관계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작품 상단에 배치된 새 형상은 보호와 기다림, 그리고 더 높은 곳을 향한 비상의 의지를 담아내며 하늘과 땅, 즉 이상과 현실을 잇는 매개체로서 존재의 의미를 조형적으로 풀어낸다.

 

이희령 작가는 눈에 보이는 형상 너머에 존재하는 내면의 생명력과 관계의 역동성에 집중한다. 그녀는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근원적인 성찰부터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복잡한 구조적 문제들까지 폭넓은 주제를 드로잉 기법으로 섬세하게 묘사한다. 비움과 채움의 미학을 통해 생명 에너지가 어떻게 관계 속에서 발현되는지를 탐구하는 그녀의 작품들은 관람객들에게 가시적인 세계 이면의 진실을 마주하게 하는 철학적 경험을 제공한다.

 


홍영주 작가는 꽃이라는 매개체를 활용해 자연의 생명성과 감각적인 경험을 화폭에 담아낸다. 그녀의 작품 속 꽃은 단순한 정물의 재현을 넘어 생명의 유한함과 그 속에 깃든 영속성을 동시에 상징하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강렬하면서도 섬세한 붓질로 완성된 꽃의 형상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맺고 있는 관계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며, 관람객들로 하여금 생명의 경이로움과 존재의 빛나는 순간을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이번 전시는 네 명의 작가가 각기 다른 조형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관계적 존재'라는 하나의 주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높은 예술적 완성도를 보여준다. 가자미 그룹은 이번 무대를 통해 존재를 단절된 개체가 아닌 상호작용의 결과물로 정의하며,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맺고 있는 수많은 관계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운다. 회화적 깊이와 설치 미술의 공간감이 어우러진 이번 전시는 지역 미술의 지평을 넓히는 의미 있는 발자취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