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반
트럼프 "네타냐후 사면하라", 이스라엘 내정 간섭 논란
2026-05-04 14:47
미국 행정부의 수장이 동맹국 정상의 사법 처리 과정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발언을 쏟아내며 국제적인 논란이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현지 언론과의 대담에서 이스라엘의 최고 권력자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법적 면죄부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네타냐후 총리는 과거 재임 시절의 금품 수수 등 여러 비리 혐의로 기소되어 칠 년 가까이 기나긴 법정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존립 자체를 두 사람의 공로로 돌리며, 전시 상황에서 국가를 이끌 지도자에게 사법적 족쇄를 채워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펼쳤다.트럼프 대통령이 사면의 주체로 지목한 인물은 이스라엘의 상징적 국가원수인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이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이스라엘에서 실질적인 국정 운영의 권한은 의회 다수당을 이끄는 총리에게 집중되어 있지만, 범죄자에 대한 사면권만큼은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명시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사면은 대법원까지 모든 재판이 끝나고 형이 확정된 이후에 이루어지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이스라엘 법조계 일각에서는 국가적 위기 상황 등 공익적 목적이 뚜렷할 경우, 현재처럼 일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대통령이 결단만 내린다면 법적으로 사면 조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해석하고 있다.

문제는 동맹국이라 할지라도 타국의 사법 체계와 헌법적 권한 행사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지시하듯 발언한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를 진행한 기자에게 직접 헤르초그 대통령에게 사면을 촉구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라고 말하는 등 거침없는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발언은 주권 국가의 독립적인 사법 절차를 무시하고 이스라엘의 내정에 깊숙이 관여하려는 부당한 압력으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여, 이스라엘 안팎에서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사면 압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이미 작년 하반기에 네타냐후 총리의 구명을 요청하는 공식 서한을 이스라엘 대통령실에 전달한 바 있다. 당시 서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를 향한 검찰의 기소가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를 띤 부당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또한 하마스와의 무력 충돌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사법적 부담을 덜어주어야만 이스라엘이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하며 전면적인 사면을 요구했었다.

이러한 미국의 노골적인 압박에 대해 이스라엘 대통령실은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헤르초그 대통령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굳건한 동맹 의지와 지원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는 외교적 수사로만 대응할 뿐, 사면 요구에 대한 직접적인 찬반 입장 표명은 회피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서도, 국내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비판 여론을 동시에 의식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헤르초그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배경도 이 사안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그는 과거 이스라엘 대통령을 역임한 부친의 뒤를 이어 정계에 입문한 인물로, 온건하고 개혁적인 성향을 띠며 진보 진영에서 주요 장관직을 거쳤다. 비록 전쟁 발발 이후에는 국가적 단합을 위해 강경 보수 성향의 네타냐후 총리와 대외적으로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사법 제도 개편 등 굵직한 국내 현안을 두고서는 총리와 사사건건 충돌해 온 전력이 있다. 따라서 정치적 궤적과 이념이 전혀 다른 헤르초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만으로 정치적 라이벌인 네타냐후 총리에게 선뜻 면죄부를 쥐여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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