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반

'제2의 양자 혁명' 이끈 두 주역, 튜링상 공동 수상 영예

2026-03-19 17:27
 컴퓨터과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히는 튜링상이 사상 처음으로 양자물리학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다. 미국 컴퓨터학회(ACM)는 캐나다 몬트리올대의 질 브라사르 교수와 미국 IBM 연구소의 찰스 베넷 박사를 2026년 튜링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두 사람은 양자 정보 과학의 초석을 다지고, 이를 통해 컴퓨팅과 통신 보안 분야에 혁신을 가져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상금은 구글의 후원으로 100만 달러(약 15억 원)가 수여된다.

 

튜링상은 컴퓨터와 인공지능(AI)의 개념을 정립한 영국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을 기리기 위해 1966년 제정되었다. 튜링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암호 체계인 '에니그마'를 해독해 연합군을 승리로 이끈 주역으로, 그의 이름은 기계의 지능을 판별하는 '튜링 테스트' 등으로 컴퓨터과학계에 영원히 남아있다. 이처럼 컴퓨터과학의 핵심적인 업적을 기리는 상이 양자물리학 분야에 수여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두 수상자의 가장 큰 업적은 1984년 제안한 'BB84' 양자 암호 통신 프로토콜이다. 이는 양자역학의 원리를 이용해 송신자와 수신자만이 해독할 수 있는 비밀 열쇠를 공유하는 기술이다. 빛의 최소 단위인 광자에 정보를 담아 전송하는데, 만약 제3자가 중간에 정보를 가로채려 광자를 건드리는 순간 양자 상태가 변형되어 정보가 파괴된다.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해킹 시도 자체를 즉각적으로 감지할 수 있어 완벽한 보안을 자랑한다.

 

이들은 1993년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법한 '양자 원격 전송'이라는 획기적인 개념을 발표하며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는 물질 자체가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을 구성하는 근본 정보인 '양자 상태'만을 멀리 떨어진 곳으로 보내는 기술이다. 목적지에 동일한 물질의 재료가 준비되어 있다면, 전송된 양자 정보를 설계도 삼아 원본과 완벽히 동일한 복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브라사르와 베넷의 연구는 현대 정보 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다. 이들의 이론은 0과 1의 중첩을 허용해 슈퍼컴퓨터로도 수만 년이 걸리는 연산을 단숨에 처리할 양자컴퓨터 개발의 핵심적인 기반이 되었다. 실제로 양자 원격 전송 기술은 양자컴퓨터 내부의 연산 정보를 옮기거나, 여러 양자컴퓨터를 연결하는 데 필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들의 이론적 성과는 이후 여러 과학자의 실험을 통해 속속 증명되었고, 이는 '제2의 양자 혁명'으로 불리는 기술 발전의 기폭제가 되었다. 특히 중국은 '묵자호' 위성을 이용해 대륙 간 양자 암호 통신에 성공하는 등 실용화 단계를 선도하고 있다. 브라사르 교수는 강력한 양자컴퓨터와 양자 인터넷의 등장이 머지않았음을 확신하며, 인류가 새로운 기술적 특이점을 맞이하고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