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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턱밑까지 추격' 한전 보너스 승점 3점의 기적

2026-02-03 13:21
 배구 코트 위에 흐르는 긴장감은 때로 예상치 못한 변수 앞에서 더욱 뜨겁게 달아오른다. 주전 리베로의 갑작스러운 부상이라는 악재를 만난 한국전력이었지만,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아 2위 자리를 향한 강력한 스파이크를 꽂아 넣었다. 한국전력은 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와의 5라운드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3대1로 승리하며 값진 승점 3점을 챙겼다. 이번 승리로 3위 한국전력은 15승 11패 승점 43점을 기록하며, 2위 대한항공을 승점 4점 차이로 바짝 추격하는 데 성공했다.

 

경기 전 분위기는 그리 밝지 않았다. 올 시즌 우리카드를 상대로 1승 3패라는 절대적인 열세에 놓여 있었던 데다, 수비의 핵심인 리베로 정민수가 손가락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기 때문이다. 큰 부상은 아니었으나 당장 한 경기를 책임져야 할 리베로의 공백은 권영민 감독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 법했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에 영웅이 등장했다.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장지원이 그 주인공이었다.

 


권영민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장지원의 실력을 믿는다면서도 오랜만에 선발로 나서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지원은 코트 위에서 자신의 가치를 리시브 효율 40%라는 숫자로 증명했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한 리시브는 세터 하승우의 손끝을 가볍게 만들었고, 이는 곧 화끈한 공격력으로 이어졌다. 권 감독은 경기 후 장지원에게 80점을 주며, 나머지 20점은 긴장한 탓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긴장했을 제자를 다독이는 스승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수비가 안정되자 공격수들의 화력 쇼가 시작됐다. 외국인 선수 베논은 무려 34득점을 몰아치며 공격 성공률 62.37%라는 경이로운 기록으로 우리카드의 코트를 폭격했다. 여기에 발목 인대 파열 부상을 털고 돌아온 김정호의 활약은 한국전력 팬들을 더욱 열광하게 했다. 서브 에이스 3개를 포함해 17득점을 올린 김정호는 키의 한계를 뛰어넘는 탄력과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팀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상대 세터 한태준과의 수 싸움에서 자신감 있게 공격을 시도하며 팀의 분위기를 주도했다.

 

세밀한 전술 변화도 빛났다. 세터 배해찬솔은 예리한 서브로 상대 수비 라인을 흔들어 놓으며 권 감독의 작전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권 감독은 배해찬솔의 서브 능력을 높게 평가하며, 플로터 서브에 약점이 있는 상대를 만날 때마다 전술적인 카드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한 아시아쿼터로 합류한 무사웰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었다. 성실함과 빠른 눈치를 겸비한 무사웰은 미들블로커 포지션에서 속공을 때려주며 상대 블로킹 분산을 유도했고, 이는 베논에게 쏠릴 수 있었던 공격 점유율을 적절히 나누는 효과를 가져왔다.

 


최근 한국전력의 고공행진 뒤에는 세터 하승우의 안정감 있는 조율과 무사웰의 영리한 플레이가 자리 잡고 있다. 권 감독은 하승우가 제 역할을 다해주고 있고, 무사웰이 합류하면서 사이드아웃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무사웰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파이팅 넘치는 모습과 훌륭한 체공 시간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제 한국전력의 시선은 오는 7일 펼쳐질 대한항공과의 맞대결로 향한다. 만약 대한항공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다면 승점 차를 단 1점으로 줄이며 리그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권 감독은 우리카드라는 난적을 꺾은 것이 매우 중요했다며,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준 덕분에 대한항공전은 오히려 부담 없이 치를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팬들은 벌써부터 다가올 대한항공전의 뜨거운 승부를 기대하고 있다. 부상 악재를 극복하고 단단해진 조직력을 보여준 한국전력이 과연 대한항공의 날개를 꺾고 2위 탈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배구 코트를 수놓는 선수들의 땀방울과 팬들의 함성이 어우러질 장충의 밤은 앞으로도 더욱 뜨겁게 타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