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어떤 그림이길래?…'푸른 꽃다발' 하나가 한국 경매 최고가 기록 갈아치운 순간

2025-11-25 15:38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마르크 샤갈의 걸작 '꽃다발'(Bouquet de Fleurs)이 국내 미술품 경매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 24일 서울옥션이 주최한 '이브닝 세일'에서 해당 작품이 경매 시작가이자 뜨거운 관심 속에서 단번에 응찰된 가격인 94억 원에 낙찰되며 국내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푸른색의 신비로운 화면을 화려한 꽃으로 가득 채운 이 작품은 샤갈의 독창적인 색채 감각과 몽환적인 화풍이 집약된 수작으로 평가받아왔으며, 이번 낙찰을 통해 그 예술적 가치를 시장에서 다시 한번 공인받게 되었다. 미술계는 이번 기록적인 거래가 침체되었던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신호탄이 될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

 

이번 94억 원이라는 낙찰가는 기존의 모든 기록을 압도하는 금액이다. 종전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은 2023년 마이아트옥션에서 70억 원에 거래된 국보급 문화재 '백자청화오조룡문호'가 보유하고 있었다. 샤갈의 '꽃다발'은 이 기록을 무려 24억 원이나 뛰어넘으며, 고미술과 근현대미술을 통틀어 한국 경매 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작품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근현대 미술품에 한정해서 보더라도, 2017년 케이옥션에서 65억 5천만 원에 낙찰되며 오랫동안 1위 자리를 지켜온 김환기 화백의 '고요 5-IV-73 #310'의 기록을 7년 만에 가뿐히 넘어서는 기념비적인 성과다.

 


이날 경매의 열기는 샤갈의 작품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함께 출품된 샤갈의 또 다른 작품 '파리의 풍경'(Paysage de Paris) 역시 59억 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낙찰되며 거장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또한,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도 뜨거운 경합 속에 새 주인을 찾았다. 김환기 화백의 뉴욕 시기 작품 '15-VI-69 #71 I'은 7억 원에, 이우환 화백의 '바람과 함께'(With Winds)는 9억 1천만 원에 거래되며 견고한 인기를 증명했다. 이날 서울옥션은 단일 경매에서 총 17점의 작품을 판매하며 낙찰 총액 233억 원이라는 놀라운 실적을 기록했는데, 이는 2021년 8월 이후 약 4년 만에 단일 경매 낙찰 총액이 200억 원을 돌파한 이례적인 결과다.

 

이러한 성공적인 경매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 미술시장의 높아진 위상을 증명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태희 서울옥션 미술품경매팀장은 이번 결과가 한국 시장이 글로벌 아트 마켓의 주요 거점으로서 충분한 기초 체력과 높은 안목을 갖추었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서울이 이제 아시아 미술 시장의 전통적인 허브인 홍콩이나 서구 시장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하이엔드 마켓' 소화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기록 경신이 단순한 1회성 이벤트를 넘어 한국 미술 시장의 구조적인 성장을 의미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