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러브레터보다 더 성공했다"... '오세이사' 작가가 한국에 온 진짜 이유

2025-06-26 11:40
 정체를 감춰온 베스트셀러 작가 이치조 미사키가 마침내 한국 언론과 첫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2019년 일본에서 출간된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이하 『오세이사』)로 라이트 노벨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 스핀오프 소설을 포함해 약 80만 부, 한국에서는 단독으로 약 50만 부가 판매되며 '오세이사 열풍'을 일으켰지만, 작가는 그동안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서울 강남구의 한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치조 미사키는 "작가보다 작품이 앞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간의 침묵을 설명했다. 그는 본업이 따로 있어 얼굴, 나이 등 신상정보를 밝히기 어렵다고 덧붙였으며, 필명인 '이치조 미사키' 중 이름인 '미사키'만 본명에서 가져왔다고 했다.

 

작가가 된 계기에 대해 그는 "20대 후반일 때, 건강했던 친구가 갑자기 죽는 일이 있었다"며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나서야 그 사람과 함께하던 일상이 얼마나 귀중했는지 알게 됐다. 이 이야기를 꼭 쓰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의 대표작 『오세이사』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는 18세 소녀 히노 마오리와, 얼떨결에 그에게 고백한 소년 가미야 도루의 애달픈 연애담을 그린 작품이다.

 


이치조 미사키는 소설 후기에서 언급한 "잃을 수 있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소중하게 느껴진다"는 문장에 대해 "우리는 살면서 어떤 형태로든 '상실'을 겪게 된다. 이 경험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대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달을 기회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오세이사』는 소설뿐만 아니라 영화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2022년 일본에서 개봉 1달 만에 100만 명의 관객을 돌파했으며, 한국에서는 총 121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이는 지난 20년간 한국에서 개봉한 일본 실사영화 중 흥행 1위로, 재개봉 실적을 제외하면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1995, 약 115만 명)를 뛰어넘은 성적이다. 현재 한국판 영화 '오세이사'도 제작 예정이며, 동명의 뮤지컬도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초연 개막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 속 주인공들이 각자의 결핍을 갖고 있는 이유에 대해 "신체적 제약이나 상처를 안고 있는 이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민감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오세이사』의 주인공들과 자신의 공통점에 대해 "도루는 스스로 요리를 하고 위생 관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나와 비슷하다. 마오리는 매일 기억이 사라짐에도 불구하고, 낙관적이다. 그 태도를 '의지'라고 보는 내 가치관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한국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일본에서도 내 글을 사랑해 주셨지만, 한국 독자들의 사랑을 크게 느꼈다. 작가로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