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그림손, 비단에 새긴 현대적 사유 '전통의 재해석'
한국 전통 채색화의 정수로 꼽히는 진채법이 현대 미술의 중심부에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 위치한 갤러리그림손은 오는 16일까지 정해진 진채연구소와 손잡고 '전통의 재해석 6th' 전시를 선보인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한 이번 기획전은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 진채연구소 소속 작가 18명이 참여하여, 비단 위에 천연 광물 안료인 석채를 사용하는 전통 기법을 바탕으로 각자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펼쳐낸다.이번 전시의 핵심인 진채법은 비단 뒷면에서 색을 칠해 앞면으로 배어 나오게 하거나, 앞면에 얇게 여러 번 덧칠하여 깊이 있는 색감을 구현하는 고도의 숙련도가 요구되는 기법이다. 참여 작가들은 이러한 고전적 형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그 안에 담아내는 내용은 철저히 동시대적인 문제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과거의 도상을 복제하는 수준을 넘어, 현대 사회가 직면한 정치, 경제, 문화적 현상들을 작가 특유의 조형 언어로 재구성하며 전통의 범주를 확장시킨다.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은 전통이 더 이상 박제된 과거의 유산이 아님을 웅변한다. 작가 최은영을 비롯한 18인의 예술가들은 비단이라는 매질이 지닌 은은한 광택과 석채의 견고한 질감을 활용해 현대인의 고독, 도시의 풍경, 혹은 추상적인 내면의 심상을 그려낸다. 이는 고전적 기법이 지닌 예술적 우수성이 현대 미술의 복잡다단한 서사를 담아내기에 충분히 유연하고 강력한 도구임을 증명하는 과정이기도 하다이다.갤러리그림손과 정해진 진채연구소의 연례 협업은 한국 미술계에서 모범적인 상생 모델로 평가받는다. 매년 새로운 작가들을 발굴하여 진채법의 확장 가능성을 탐색해온 이 시리즈는, 전통 기법이 박물관 밖으로 나와 살아있는 예술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무대를 제공해왔다. 특히 이번 6회 전시는 참여 작가들의 연령대와 관심사가 더욱 다양해지면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방식이 얼마나 다채로울 수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확인시켜 준다.오늘날의 대중에게 전통은 단순히 향수를 자극하는 소재를 넘어 새로운 미적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비단 위에 한 땀 한 땀 색을 쌓아 올리는 진채법의 수행적 과정은 관람객들에게 느림의 미학과 깊은 성찰의 시간을 선사한다. 갤러리 측은 이번 전시가 동시대 작가들의 시선으로 전통을 새롭게 읽어내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전통 기법의 현대적 진화가 보여주는 무한한 조형적 가능성에 주목해달라고 당부했다.전통의 계승은 과거를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현재와 대화하며 변화하는 과정임을 이번 전시는 잘 보여준다. 18명의 작가가 비단 위에 새겨넣은 현대적 사유들은 한국화의 미래가 전통의 토양 위에서 얼마나 풍성하게 피어날 수 있는지를 가늠케 한다. 갤러리그림손의 기획전은 전통 채색화가 지닌 고유한 예술적 가치를 조명하는 동시에, 그것이 동시대 미술 안에서 어떻게 지속적으로 생명력을 얻고 발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